빽빽한 군중이 가득한 곳에서 한 사람이 소중하게 빵봉지를 끌어안고 나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빵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곳은 레바논 심각한 빵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이 넓적한 빵은 레바논의 주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쌀밥 같은 겁니다. 정부 보조금이 투입돼 싼 가격에 공급되는데 문제는 이 빵 물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빵집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지만 빵 창고는 금세 텅텅 비어 버립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빵집에서 주먹다짐이나 총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레바논에 이토록 심각한 빵 대란이 일어난 이유가 뭘까요?
일단 전 세계가 그렇듯 당연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끼쳤는데요. 그러나 2년 전 일어난 한 사고도 영향을 끼쳤는데요.
. 레바논은 전체 밀의 약 80%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던 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2020년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역시 레바논의 현재 빵 대란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핵폭발 수준이었다는 이때의 일로 레바논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심지어 이때 나라에서 가장 큰 곡물 창고까지 폭발에 휩쓸려 사라져버렸습니다.
당시 레바논의 곡물 비축분이 부족해지다 보니 식량난 우려에 세계 식량 계획에서 레바논의 밀가루를 지원하기도 했죠. 이때 입은 타격으로 레바논은 밀을 수입하더라도 오래 저장한 시설을 잃게 됐는데요.
폭발 후 2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 문제, 정치 갈등 속에 여전히 레바논에는 새로운 대규모 곡물 창고가 지어지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건설계획을 발표했죠.
문제는 지난 2년 사이 레바논의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는데요.
2019년쯤부터 이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고 2020년 초에 코로나19까지 터져버렸죠.
안 그래도 심각하던 경제 위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쳤고 설상가상 대폭발까지 일어나면서 레바논 화폐 가치는 무려 90% 폭락해버렸고 에너지와 의약품조차 수입하기 어렵게 됐죠.
전기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던 레바논은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밀가루 수입마저 불가능해지면서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며 심각한 빵 대란까지 벌어지게 된 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겪으며 최근 1년간 레바논의 식량 가격은 무려 332%나 치솟았는데요.
2019년 이전에 이 빵 한 봉지를 우리 돈 약 1300원에 살 수 있었으나 현재 빵의 가격은 무려 10배 가까이 오른 약 1만 1천 원입니다.
암시장에서는 좀 더 쉽게 빵을 구할 수 있지만 여기서 두 배 가까운 가격을 내야 하는 상황이죠.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다섯 달 만에 곡물 수출선이 레바논으로 향했고 레바논은 2년 만에 다시 곡물창고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레바논의 곡물창고 재건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는 몇 년째 고통받는 레바논 국민들을 위한 희망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