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배신
OECD 국가 중 노년 취업률 1위, 이건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일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노년의 슬픈 자화상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국민연금 10만원만 덜 받게 해주세요.”
요즘 국민 연금 창구에는 수령액을 늘려 달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적게 받을 수 있나를 묻는 황당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건보 직장가입자에 피부양자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오는 9월부터는 소득이 연간 2천만원(월 167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지역 가입자가 되어 월평균 15만원씩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한편, 정부는 몇 년간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 5년 연장하면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결국 국민들 입장에선 국민연금을 더 받기 위한 국민연금 수령 연기가 건강보험료의 대폭 증가로 이어지는 불합리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건강보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오히려 고액자산가들의 경우나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는 그대로 입니다.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의 요건은 소득과 재산 두 가지 기준을 모두 다 강화해야 하는데 이번 개편에서 재산 요건은 그대로 둔 반면 달랑 집 한 채 갖고 있는 은퇴자는 한숨이 나옵니다.
지역가입자가 되면 소득뿐 아니라 보유 재산에도 건보료가 부과되는데 몇 년간 집값이 무섭게 올랐으니 소득이라고는 국민 연금 밖에 없는 은퇴자 입장에서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오른 집값만큼 재산보유액이 증가된 것으로 간주되어 납부해야할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수령시기 연기로 연금을 최대 36%까지 더 받을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월 167만원 이상의 연금 수령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시켜 매월 15만원(평균)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나 국민에게 힘이 되어야 하는 사회보장보험인데 지금과 같은 모순적인 보험료 체계는 국민에게 짐이 되는 국민 연금/건강보험의 배신이 되고 있습니다.